잔차 라이프

두 바퀴로 가는 건강 [조선일보]

navhawk 2008. 5. 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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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0일 조선일보 헬스조선에 소개된 기사 입니다.

제목 : 두 바퀴로 가는 건강
부제 : 척추수술 후유증을 이겼다
         3종 경기 완주 철인이 됐다
         난 이래서 자전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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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한 연도별 자전거 수입량은 2001년 125만대, 2004년 171만대, 2005년 180만대, 2006년 195만대, 2007년 240만대로 6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정부에선 올해에만 260만대의 자전거가 더 수입·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 판매되는 자전거는 국산 브랜드라도 중국 등에서 99% 제조돼 수입된다. 자전거 업계에선 짐 싣는 자전거, 유아용 세발자전거, 고장 난 자전거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인구만 450만~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 Getty images 멀티비츠

척추수술 재활 성공한 김세웅씨 

 지난 1994년, 전기 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로 14m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김세웅(52)씨. 이 사고로 허리에 철심을 박는 대(大)수술을 받고 척추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년 전 스키장에서 넘어져 인공 고관절(엉덩이관절) 수술까지 받았다. 그 뒤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 하니 자꾸 살이 쪄서 달리기도 시도해 봤지만 다리가 절룩거려 불편한데다 통증까지 생겨 포기했다. 다른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1년쯤 전 직장 동료가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를 권했다. 체중이 안장에 집중된 상태로 달리는 보통 자전거와 달리 리컴번트는 앉으면 등받이가 허리를 받쳐줘 안락의자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고 동료는 설명했다.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 자전거 타기는 생각도 못 해봤는데 이것이라면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장에서 시승을 한 뒤 600만원을 주고 리컴번트를 마련했고, 그 때부터 자전거 타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 씨는 자전거를 산 뒤 대전 중리동 집에서 변동 직장까지 9㎞, 왕복 18㎞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어 인도와 차도를 곡예사처럼 헤집고 다녀야 하지만 운동하는 매력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불편"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고속버스 짐칸에 싣고 떠나는 여행 재미에 쏙 빠져 산다. 그렇게 작년 한 해에만 자전거로 8000㎞ 정도를 주행했고, 그 덕분에 허리 둘레는 36인치에서 31인치로 줄었다. 허리와 고관절 수술 부위 통증은 말끔하게 사라졌고, 우울하고 나약했던 정신까지 덤으로 날아갔다. 그는 "자전거는 척추장애인인 나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며 "얼마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잘 걷지도 못하던 친구에게 리컴번트를 권했더니 두 달 만에 걷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호전됐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다 '철인(鐵人)' 된 이병달 교수 

▲ 맨위부터 김세웅씨, 이병달 교수, 이희덕씨.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병달(60) 교수는 50세가 넘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운동 만학도(晩學徒)'다. 50세 이전까지 그는 환자 진료와 연구, 학회 행사 등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그 때문에 의사지만 건강에는 항상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당뇨병·고혈압 때문에 술도 한잔 못하는 친구들 모습을 본 뒤 운동을 결심했다. 한 주먹씩 약을 먹는 친구들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의사인 나부터 건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환자에게 건강을 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운동을 결심한 동기가 됐다.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면 시간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강남 대치동 집에서 일원동 병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집과 병원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몇 달 뒤엔 출퇴근 코스를 양재천을 따라 한강 고수부지까지 나갔다 병원으로 오는 코스로 바꾸었다.

그는 "자전거로 언덕을 오를 때면 숨이 턱까지 차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이 있지만, 다 올라와서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라며 "의사로서 취미생활도 없고 운동할 시간도 없었는데 자전거가 그런 의미에선 훌륭한 의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때문에 건강에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내친김에 모든 운동을 잘 해 보고 싶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조깅화도 장만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빠져 들었고, 자기도 모르는 새 그는 '철인(鐵人)'을 꿈꾸게 됐다. 2000년,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진짜 철인'이 됐고, 지금껏 모두 5번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완주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자전거 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진료실에선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진료실 밖에선 운동 안 하고 무료하게 사는 동료 의사와 간호사에게 자전거 타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에게 '자전거 전도'를 받아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사람이 어림잡아 300~400명은 족히 넘는다.
 

비가 와도 120㎞ 출퇴근하는 이희덕씨 

서울 목동에 사는 이희덕(44)씨는 서울 목동 집에서 경기도 용인 직장까지 편도 60㎞, 왕복 120㎞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새벽 5시30분 잠에서 깨서 안양천과 한강 고수부지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달리면 7시30분쯤 회사에 도착한다.

그는 3년 전인 2005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운전해야 하는 기계적인 삶이 싫어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한 것. 그 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건강까지 좋아져 '자출족(自出族·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전도사가 됐다.

문제는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고심 끝에 그는 1년 반쯤 전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의 몸체에 바람막이 '페어링'을 장착한 '덮개 씌운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를 '벨로모빌'이라 한다. 가격이 소형 승용차보다 비싼 1500만원 정도여서, 전 세계적으로 벨로모빌을 보유한 사람은 500여명에 불과하며, 국내에선 이씨가 유일하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른 덕분에 이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됐다. 벨로모빌은 일반 자전거보다 바람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장시간 지치지 않고 탈 수 있고, 속도도 일반 자전거보다 10~20㎞ 더 나와 시속 40~50㎞까지 달릴 수 있다.

이씨의 자전거 욕심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가 현재 보유한 자전거는 벨로모빌 중에서도 가장 비싸 '벨로모빌 라이더의 꿈'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go-one³' 모델. 지난해 개발됐지만 아직 생산이 안된 '보리아'도 예약을 해 놓았다. 그 밖에도 4종의 리컴번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자전거가 한대씩 늘어날수록 가족들은 비싼 가격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색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 때문에 여유 되는대로 수집해 타고 있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김우정 헬스조선 인턴기자
  • 2008.05.20 16:28 입력 / 2008.05.20 17: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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