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항공!/초보 조종사 되기

감성적 야간비행

navhawk 2013. 4. 2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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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수정하다

포스팅이 꼬여버려

재작성 ...

아, 왜이리 꼬이는게 많나.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먹은 일을
꾸준히 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리라.


출발 직전의 세스나 CE-172SP G1000 항공기의 비행 전 점검 중 한 컷
석양에 비친 세스나가 아주 이쁘다 ...


주변에 아무 비행기도 없는 Chino 공항에서
혼자 야간 이착륙 연습을 하고 있자니,
마치 어릴 적 아무도 없는 큰 목욕탕에서
혼자 첨벙거리고 물장구 치던 기억이 난다.


목욕탕에 사람들이 많으면 엄두도 못낼 일.
특히 엄한 아저씨라도 한분 앉아 계시면
야단 맞기 딱 좋은 그런 분위기(?).
그런 큰 목욕탕에 어린 나 혼자 이리 첨벙 저리 첨벙
마냥 신나 했던 그런 기분과 사뭇 닮았다.

 

맑은 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기류는 아주 안정적으로 흐른다.
비행기는 하나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기는
부드럽게 움직여 준다.
마치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 잔잔한 물결 처럼.

길따라 줄지어 반짝이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과
사이사이 가로등,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환한 계기판이
다같이 내가 첨벙거리며 노는 큰 목욕탕이 되어 준다.
정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이착륙 연습하는 내내 계속 신난다.

 

26R, 26L, 21번 등 활주로 3개를 가진 Chino 공항에서
저녁 8시가 넘어 적막이 흐르는데
7,000 피트 길이의 Chino 공항에서 가장 긴 26L 활주로에
내렸다 떴다를 반복하기를 여섯 번.

 

이제 집에 가야지.
26L 활주로에 내려 속도를 줄이다
다시 Touch and Go를 한다.
플랲을 올리고 스로틀 레버를
힘껏 밀어 넣는다.
180마력의 세스나 172S의 신형 엔진은
울 수 있는 힘껏 울어 젖힌다.
최대의 파워로 다시 속도를 올린다.
55 노트. 로테이트!

7,000 피트의 활주로를 삼분의 일 정도 지날 때
이미 항공기는 하늘로 치솟기 시작한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고도도 점점 올라간다.
관제탑에 집에 간다고 신고한다.

 

- 나: Chino Tower, Cessna 63U. Request Straight Out Departure.
   (치노 타워, 세스나 63U, 직진해서 공역 밖으로 출발하겠다)
- Chino Tower: Straight Out Departure Approved. (직진 출발을 허락한다)

 

관제사님, 감사합니다.
혼자 물장구 치고 놀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좋은 밤 보내라는 찐한 인사를 서로 나누고
Chino 공항 공역을 빠져 나온다.

 

홈베이스인 롱비치 공항 주변에 있는
실비치 VOR 주파수를 맞추고 비행을 한다.

어둠이 점점 더 쌓이는 거대한 도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밝아지는
불빛들이 춤을 춘다.
91번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훌륭한 등대가 된다.

Chino 공항에서 실비치 VOR을 따라가다 보면
디즈니랜드가 나온다.
놀이시설을 환히 밝힌 불이 곱다.
디즈니랜드는 그 주변 하늘이 비행금지 구역이다.
고도 3,000 피트 이내로 내려가면 안된다.
나는 시계 비행으로 3,100 피트를 유지하고 비행한다.

 

갑자기
어릴때 읽었던
생 땍쥐뻬리의 야간비행이 생각났다.

나는 직업 조종사가 아닌
갓 면허를 딴 초보 조종사다.

이 비행의 세계를 개척하고 정복해 온
많은 선각자들이 있기에
오늘날 이렇게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생 땍쥐뻬리의 소설 야간비행은
항공 수송 역사 초기에 우편배달 항공기 조종사로서
어렵고 위험해서 힘들었던 야간비행을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비행기가 전쟁에 투입되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지금 처럼 각종 무선 시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전파 정보도 없었고,
항공기에 장착된 첨단 장비로
정확한 항법을 이용한 정밀 비행이 불가능했던 시절.

비행기는 빠르게 높이 날면서도 기차나 버스/트럭 같은
육상 교통 시설의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낮에 빨리 이동해서 시간을 단축해 놓으면,
밤 사이 기차나 트럭이 비행기를 추월해 버리는 시절이었다.

항법이 정확하지가 않아
야간에 항로를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지형지물을 찾기 위해서 고도를 낮추다
위험한 일이 만나기 또한 아주 쉬웠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밤에는 비행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우편배달 비행기는
기차와 트럭 같은 지상 운송 수단에
지속적으로 우세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밤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을 해야만 했다.

쌩 땍쥐뻬리는
그 자신이 조종사로서 전쟁에참여하고
우편기 조종을 하면서 겪었던 애환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작가였다.

 

VOR 계기 접근 방식을 이용해서
롱비치 공항의 가장 긴 30번 활주로로 들어오면서
장거리 우편배달 항로를 심야에 비행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조종사가 된 듯 감정이입을 해 봤다.

 

"남극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기를 조종해 오던 파비앵은 바다의 물결로 항구가 가까워졌음을 알듯이 평온한 구름이 보일 듯 말 듯 그리는 잔주름과 그 고요함을 보고 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이제 거대하고도 행복한 기항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롱비치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LA 야경의 끝없는 불빛과 G1000 계기판이 멋지게 어우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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