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ing Myself/Press Release

[2003.01.스투] 여기는 안방! 이륙준비 끝

navhawk 2005. 8. 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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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비행기 조종의 세계를 PC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대부분은 그 방법을 궁금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나간
모 스포츠신문에 소개되었던 저의 이야기를 다시 옮겨 보겠습니다.



스투 > 컬처&레저 > 레저/여행 > 여행 2003.1.12 10:54


[마니아 세상-박태하씨] 여기는 안방!이륙준비 끝


“KOVA001,Kimpo Tower. Cleared for take off.”


관제탑의 이륙 허가가 떨어지자 김포공항 32R 활주로 끝에 대기하고 있던 항공기가 굉음과 함께 엔진 출력을 높였다. “V1!(결심속도 통과)” “Rotate!(기수를 들었다)” 이륙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기장의 목소리가 조종석에 울려퍼지면서 승객 250명과 연료 3만파운드를 실은 에어버스 A330-300기가 육중한 고개를 들었다. 시속 300노트(약 558㎞)로 치솟아오르던 비행기는 10분이 안돼 순항 고도 2만6,000피트(약 8,000m)에 도달했다. 굳은 얼굴로 계기판을 응시하던 기장은 긴장을 풀고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 스위치를 켰다.


플라잇 시뮬레이터 마니아 박태하씨(40)와 함께 김포∼제주 비행길에 나섰다. ‘비행 장소’는 박씨의 목동 아파트. 무게 100t이 넘는 에어버스의 겉모습과 수백개의 조작 패널이 들어찬 조종석 내부가 박씨의 컴퓨터 모니터에 번갈아 비쳐졌다. 비행 계획서 제출과 출발-도착지 기상 점검,관제사와의 영어 교신까지 이륙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제트 엔진이 만들어내는 진동만 더한다면 실제 비행으로 착각할 만큼 사실감이 넘쳤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플심’으로 통하는 플라잇 시뮬레이터는 실제 항공기 조종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PC로 옮겨놓은 마이크로소프트사 프로그램이다. 미 해군이 비행술 훈련 목적으로 2년 전 모든 조종사들에게 배포했을 정도로 고난도다. 박씨는 “실제 조종술은 물론 비행기 구조와 항공 역학을 숙지하지 않으면 이륙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락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씨의 플심 경력은 올해로 12년. 공식으로 보고된 비행시간만 1,000시간이 넘는 베테랑 조종사다. 국내선은 물론 인천∼로스앤젤레스등 장거리 노선도 숱하게 뛰었고 세스나부터 보잉 B747·767,에어버스 A300·A330부터 최신 B777까지 안 몰아본 기종이 없다.


비행 마니아라는 표현은 박씨에게 실례일지 모른다. 군 시절 공군 관제병으로 비행기와 인연을 맺은 박씨는 지난 91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3년째 운항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항공기 기종과 날씨,연료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비행기가 다니는 길(항로)을 디자인하는 게 박씨의 일. 항공법상 1년에 한 차례 조종석에 함께 탑승해 항로를 점검하는 ‘관숙 비행’을 하는데 “실제 이착륙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플심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몇 마디 얘기를 나누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푸른 제주가 눈앞에 나타났다. “KOVA001,Cleared to land.” 제주 관제탑의 착륙 허가가 나자 박씨는 다시 능숙한 솜씨로 계기판을 조작했다. “플랩 다운.” “기어 다운.” 김포를 떠난 지 정확히 50분 만에 비행기는 제주공항 24번 활주로에 안착했다.

■플심을 즐기려면

박태하씨의 부인 양유경씨는 플라잇 시뮬레이터가 “돈이 꽤 많이 들어가는 취미”라고 귀띔했다.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새로 사야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비행 장비가 만만치 않다. 조이스틱은 필수고 모의 조종간 ‘요크’와 조종사 발 밑에 위치한 ‘러더 페달’이 있으면 좋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건 컴퓨터 본체다. 플심은 실물과 거의 똑같은 비행기 내외관과 항로 주변의 풍경까지 실제와 거의 흡사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에 컴퓨터 사양이 상당히 좋아야 한다. 박씨는 “보통 2년에 한번씩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다”고 말했다.

플심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갖가지 추가 프로그램들도 필요하다. 항공사별,기종별로 항공기 도장을 세밀하게 묘사한 패키지와 국내외 공항과 항로 주변 풍경을 보여주는 시너리 패키지,전세계 항로상 날씨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주는 프로그램 등은 무료도 있지만 상용이 많다.

플심을 혼자 배우기는 너무 어렵고 동호회에 가입하는 게 좋다. 박씨가 운영 중인 가상항공사 KOVA(flykova.com)도 그중 하나다. 회원에 가입한 뒤 테스트 비행을 거치면 정식 조종사가 되지만 부기장,기장으로 승격하려면 일정 기준의 비행 시간을 쌓은 뒤 항공 역학 등에 관한 구술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일부 초심자들은 제멋대로 하늘을 누비지만 KOVA 회원들은 “실제 비행기가 가지 않는 길은 우리도 가지 않는다”는 철칙 하에 항로를 엄수한다. KOVA 회원 중엔 대학 시절 플심으로 비행술을 익힌 뒤 공군에 들어가 전투기를 몰고 있는 현역 조종사도 있다.

/이종민 minyi@sportstoday.co.kr



이 기사의 pdf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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